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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현직 검사인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룸>에 나와 '성폭력'를 폭로한 것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사람들은 분노했습니다. 하지만 뉴스룸에서 폭로한 것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서 검사가 검찰 통신망 '이프로스'에 폭로한 내용은 충격입니다. 그동안 남성 검사들로부터 당한 또 다른 성폭력 경험들도 밝혔습니다. 이들이 과연 대한민국 검사들일까요?

다음은 서지현 검사가 검찰 통신망 ‘이프로스’에 올린 글 전문.

#1

‘드르르르륵.....’

여자는 별안간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아이에게서 온 전화다.

“집에 왔어?”

“집에 오면 뭐해요... 또 논술 학원 가야하는데...”

아이 목소리에 힘이 없다.

“왜 논술학원 가기 싫어?”

“논술학원을 다른 날로 바꾸면 안되요? 목요일이 제일 바쁜 날이어서 너무 피곤해요....”

“그래. 바꾸는 건 나중에 의논해보고, 피곤하면 가지 않아도 돼”

힘없이 들릴 듯 말듯 하던 아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지더니 전화가 ‘툭’ 끊긴다.

여자는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한다. 벌써 5시가 넘었다.

세상에...시간이 이렇게나 되었네....

화들짝 놀라 앞에 펼쳐져 있던 책을 덮으니 제목이 다시금 눈에 들어온다.

‘82년생 김지영’

하아....나보다 10년이나 어려도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흐음...난 ‘72년생 박지현’이라는 책이라도 써야하나....

불현듯 아이를 낳았을 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그 상상을 초월한 끔찍한 고통의 끝에서 움켜쥐었던

머리끝까지 치솟던 분노와 - 도대체 신은 왜 여자에게 이렇게까지 끔찍한 고통을 주는 것일까, 도대체 왜 아무도 출산의 고통이 이토록 끔찍하다는 것을 알려주지 않은 것일까 하는 - 내가 이토록 고통 받을 또 하나의 존재를 낳지 않은 것이 너무나 다행이라는 안도감의 기억이 슬며시 머리칼을 스치고 지나간다....

딸을 낳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 세상은 이렇게나 그대로인걸....

10년이 지나도, 그리고 또 10년이 지나도 이 세상은 변하긴 영영 글렀어.

에어콘의 추위를 녹이기 위해 오랜만에 마신 녹차 때문인지 혀끝이 영 쓰다.

아이가 집에 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 여자는 황급히 앞에 놓인 책들을 주섬주섬 모아들고 의자에서 일어서다 핑그르르 현기증에 스르륵 주저앉는다....

맞아. 나 조금 전 퇴원했지.....

여자는 그제서야 자신이 머리를 가눌 수 없을 만큼 뱅글뱅글 도는 어지러움에 입사 후 처음으로 1주일씩이나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가 조금 전 퇴원했다는 것을 갑자기 떠올린다.

‘개새끼’

혼자서 퇴원 수속을 마친 후, 얼마만인지는 기억도 나지 않게 오랜만에 가져보는 혼자만의 휴식 시간에, 조금 무리해서 동네 서점에 와 앉았었던 여자의 입에서 이제는 익숙해진 욕이 자연스레 튀어나온다.

이전까지 썼던 제일 심한 욕이 ‘거지같은 놈’ 정도였던 여자였지만, 이제는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이 모든 일들을 참아내기 어려워졌다.

이 모든 게 다 그 개새끼 때문이야....

다시 한번 욕을 뱉어내며 앞에 놓인 책들을 전보다는 조심스럽게 모아 들려니 조금 전 읽었던 책의 구절들이 툭툭 갈비뼈를 두드린다.

칫 결국 이 모든 게 그저 참고 침묵하기만 했던 내 잘못이라는 건가....

하지만, 세상이 여전히 이 모양인데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있냐고....

여자는 조용히 혼자서 입을 삐죽거렸다. 한동안 잊고 있던 한기에 몸이 파르르 떨려온다.

엄마가 아픈 것 따윈 관심도 없이, 오랜만에 평일에 엄마가 회사에 가지 않은 것을 한없이 좋아하며 엄마를 기다리고 있을, 여자를 향해 새끼 강아지처럼 폴짝폴짝 뛰어나올 아이 생각에 걸음을 재촉해 보려는데, 아무래도 울렁울렁 여전히 온몸이 후들거린다.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는 발작성 현기증 때문인지, 병원에서 막 나와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인지, 조금 전 읽었던 책의 내용 때문인지....여자는 알기 어렵다.

여자는 다시 한번 조용히 되뇌인다.

이 모든 게 다 그 새끼 때문이야....

이 모든 게 최근 일주일 이상, 그 놈의 얼굴이 계속해서 뉴스를 도배했기 때문이다.

‘쥐새끼 같은 놈. 언젠가 터질 줄 알았어.....’

얼마 전부터 부쩍 그놈의 소식들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었다.

한동안 자지 못하던 잠을 겨우 자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금 날이 밝을 때까지 하얗게 밤을 지새우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부터였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이 그렇게 터져버릴 줄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잊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다. 복수는 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여자가 믿고 있던 신은 정의의 신이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믿는 방법 밖에 없었다.

헤아릴 수 없는 날들을 아무리 밀어내도 떠오르는 그놈의 그 눈빛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수시로 가슴이 조여오고, 누웠다가 발딱발딱 일어나고, 피가 발바닥에서부터 거꾸로 솟구쳐 올랐다.

이게 바로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것이구나...비유적인 표현인 줄만 알았더니...

어렵게 생긴 아이까지 유산됐다. 꽤 안정기에 들어섰다 했었는데...

장자연, 성완종....언젠가 들었던 그런 이름들이 떠올랐다.

‘죽어봤자 밝혀지는 것도 없는데..’라고 너무 가볍게 그들을 입에 올렸던 탓일까...

그놈은 너무나 강하고, 여자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 내내 너무나 분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목숨을 던지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수도 없이 여자의 머리를 뒤흔든 생각이었다.

여자는 여전히 선함이 악함을 이길 것이라고, 최선을 다해 선하고자 했던 자신의 의지가 틀리지 않았었다고 너무나도 순진하게 믿고 싶었다.

자신이 보아왔던 그 숱한 불의를, 그토록 잔혹한 악의 승리를 마치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처럼....

그것은 여자에게 불의와 악에 저항하고 선을 수호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아무런 힘도 어떠한 빽도 없는 여자에게 오직 그렇게 믿는 외에는 달리 스스로를 위안할 방법도 상황을 해결할 묘책도 없어서였을 뿐이었다.

그렇게 계속 가슴을 쥐어 뜯다가는 결국은 마지막 선택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시신경유두부종이라고 했던가 처음 들어본 발음하기도 어려운 병이 의심된다며 어느 날 갑자기 시력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이 계속해서 귓가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2

잊기 위해 그토록 노력했다. 그것만이 살아낼 수 있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여자의 뇌에는 그 날 그 곳에서의 그놈의 행동들, 그놈의 숨결, 어쩌면 그 술 냄새까지 또렷이 더 또렷이 새겨질 뿐이었다.

장례식장이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동기였지만 - 부모님을 전부 잃은 여자는 미혼의 여동기가 부친상을 당한 것이 영 안쓰러웠다.

지나친 오지랖이었어...

여자는 두고두고 그것을 후회했다.

원래는 콘서트를 가려고 나선 길이었다.

10월...벌써부터 길가에는 쓸쓸한 나뭇잎들이 나뒹굴고, 아침 저녁으로 얇은 코트라도 걸쳐야 할 정도로 꽤 쌀쌀해지기 시작했는데, 야외콘서트라니 작은 연하늘색 무릎담요까지 준비한 터였다.

함께 지하철을 타고 콘서트장으로 향하던 남편이, 갑자기 그 시간에 있는 어떤 강의가 듣고 싶다고 했다.

동기의 부친상이 영 마음 한켠에 걸렸던 여자는 ‘그럼 나는 장례식장에 갈테니, 당신은 강의를 들으러 가라’고 순순히 가던 길을 돌려 지하철에서 내렸다 두고두고 그 때 그 순간을 후회했다.

왜 그렇게 순순히 돌아섰는지, 왜 콘서트장을 간다고 나서면서 때마침 검은 옷을 입고 나섰었는지....

여자는 두고두고 그날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엄마 그리고 아빠.....그토록 그녀를 사랑해주었던 그들을 차례로 보낸 후, 여자는 한동안 장례식장에 가지 못했었다.

만삭의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아빠를 보내 드린 지 3년이 넘었건만, 여전히 장례식장은 여자에게 힘든 곳이었다.

가빠지려는 숨을 고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얼굴을 알만한 동기는 아무도 없었다.

금요일 부고 소식이 올라왔고 지금은 토요일 오후이니 그럴 법도 하지..

아는 사람도 없는데, 조금만 앉아있다 조용히 일어나야지...

여자가 일어서려는데 갑자기 장례식장에 장관이 들어섰다. 다른 한명의 수행검사와 함께...

페이스북인지 트위터인지도 열심히 한다는 장관을 직접 보기는 처음이었다. 장관은 언론에서 본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다.

장관은 여자가 앉아있던 테이블의 중앙에 자리 잡았고, 이곳 저곳 삼삼오오 앉아있던 검사인 듯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를 향해 모여들었다.

수행검사가 장관 옆에 앉았다. 누군가 조용히 여자에게 그 옆에 앉으라며 여자의 팔꿈치를 밀었다...뭐지? 순간 당황한 여자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무리 중 여성은 여자 혼자 뿐이었다

여자는 어느 샌가 떠미는 대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미처 생각할 틈도 없이....

이미 익숙해진 일이었다. 기수 문화가 그리도 엄격한 여자의 회사에서, 여성을 그리도 무시하는 여자의 회사에서, 기수와 상관없이 높은 양반 옆 중앙 좌석에 여성을 앉히는 일은 거의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여자는 그때 수행검사가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그것이 문제였다. 기수상 그곳에 앉을 기수가 아니었다. 왜 도대체 그 자리에 그렇게 아무 저항 없이 앉았던 것일까....그놈이 장관을 수행하고 기자들과 전작을 하고 오는 길이라는 말을 왜 그렇게 흘려 들었을까....

그놈이 자꾸 여자 쪽으로 몸을 기댔다.

마니 취했나......

옆에 있던 장관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 놈을 수행하고 다니는지, 이놈이 나를 수행하고 다니는지 모르겠어 허허허”

모두가 장관을 따라 허허허 웃었다. 콘서트장에 가려고 준비했던 무릎담요를 그놈과의 사이에 놓고 애써 그놈과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더 벌리기 위해 식은 땀을 흘리고 있던 여자만 빼고.....

마니 취했나.... 장관은 이 꼴을 보고 하는 말이야 못보고 하는 말이야....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는 여자는 회사에 들어온 이후부터 많은 술 취한 상사와 선배들을 마주 해왔다. 술에 취해 이 정도 기대는 것으로 불쾌감을 표현해서는 예민 떤다고 여자만 손가락질 당할 뿐이다....

빨리 장관이 일어나야 하는데...

언제나처럼 여자는 아랫입술을 꾸욱 깨문다. 어찌 된 일인지 장관은 쉽게 일어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동기가 장관과 꽤나 친밀한 관계였나보다.

장관보다 먼저 일어서 나오는 것이 쉽게 양해되지 않는 회사 분위기를 알기에 적절한 틈을 타 아무도 모르게 빠져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눈치를 보고 있는데, 바로 그때였다. 여자의 허리 쪽에서 무언가 스멀스멀한 감촉이 느껴졌다.

무심히 내려다본 여자의 허리에 그놈의 손이 닿아 있었다.....

설마....땅을 짚다 잘못 닿았겠지...이렇게나 사람들이 많은데...바로 옆에 장관이 앉아 있는데.....

여자는 그놈과의 사이에 놓여있던 무릎담요의 부피를 좀 더 넓히며 옆으로 삐죽삐죽 그놈과의 거리를 넓히기 위해 움직였다.

그런데,

분명 그놈의 손이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였다. 어느새 그놈의 손이 그녀의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여자는 알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것은 환상일까....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옆에 장관이 앉아 있는데...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웃고 떠드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여자는 그것이 자신의 머릿속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환상인 것만 같았다.

아니 이런 건 환각이라고 해야 하나....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계속해서 하체 쪽에 느껴지는 그 스멀거림이 실제인지 환상인지 여자는 알 수 없었다. 몸을 조금씩 비틀어 조금이라도 그 스멀거림을 피하고, 그놈의 그 손을 떼어놓기 위해 애쓰던 여자 주위의 모든 것이 언제부터인지 부옇게 보이며 느릿느릿 움직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하는 뇌를 비웃듯 또르르 또르르 떨리기 시작하던 여자의 심장이 견딜 수 없이 요동쳤다.

어떻게 그곳을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언제부터 그곳에 서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화장실 거울 속에 눈을 질끈 감은 채 몸을 떨며 서있는 여자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있는 힘을 다해 눈을 크게 부릅뜨려 하면 할수록 거울 속 여자는 이를 악물며 눈을 더욱 더 세차게 내리 감았다.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어쩌면 환각이었을지도 몰라...여기는 장례식장이잖아....

분명 환각이었을 거야...여기는 장례식장이잖아...

눈을 떠야지....눈을 떠야 집에 가지.... 집에 가야지....집에 가야 아이를 보지....

‘아이’라는 소리에 거울 속 여자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여자의 부모님이 꿈결처럼 그렇게 여자의 곁을 홀연히 떠난 후, 여자가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였다.

아이를 돌보아 줄 일가친척이 아무도 없는 여자에게 이모님들은 유일하게 여자가 회사에 다닐 수 있는 끈이었다.

그런 여자를 비웃듯 어떤 이모님은 애를 데리고 담배연기 자욱한 불법 도박장에 다녔다. 어떤 이모님은 3달 동안 아이에게 맨밥만 먹였다. 어떤 이모님은 알러지가 있는 약을 정량의 5배 이상 들이부어 아이를 쇼크로 잃을 뻔도 했다.

‘친정엄마 없이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여자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여자야’

‘어휴.....내가 나라 하나 팔아먹고 이렇게 살겠어....최소 한 3개는 팔아먹었나봐’ 여자가 종종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만 바라보면 사르르 사르르 행복감이 여자의 목구멍을 간지럽혔다. 세상의 무게에 무너져 내리려 할 때면 아이에게 여자가 겪었던 엄마 없는 아픔을 겪게 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언제나 말아쥔 여자의 주먹에 불끈 불끈 힘을 넣어주었다.

그래 빨리 집에 가자....아이한테 가자....

서서히 떨림이 잦아들며 여자는 그곳에 두고나온 핸드백과 무릎담요를 떠올렸다. 양손을 힘껏 주고 눈을 애써 부릅뜨고 그제서야 화장실 밖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곳을 들여다보았다. 그놈이 보이지 않았다.

다시금 떨려오는 가슴을 다잡으며 스르르 들어가 그까짓 크게 비싸지도 않은 핸드백과 무릎담요를 챙겨 나오던 여자 앞에 시커먼 그림자가 부딪혔다.

잘못 발이 엉긴 것으로 생각하고 슬쩍 옆으로 몸을 피해 나오려는 여자 앞에 다시금 같은 그림자가 부딪혔다.

그제서야 그림자의 얼굴을 올려다본 여자 눈에 촛점이 반쯤 풀린 채 실실 거리며 여자 앞을 막아서고 있는 그놈의 얼굴이 들어왔다. 와락 풍겨오는 역겨운 술냄새에 그제서야 부옇던 여자의 눈이 여자를 흘겨보다 꾸욱 내리 감으며 코웃음 치듯 중얼거렸다

거봐...모든 것은 현실이었다구....

#3

여자는 내내 남편을 원망했다.

그냥 ‘엉덩이를 만졌다’고 말한 여자에게 남편이 큰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은 채 ‘고소 같은 것을 감당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때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은 여자였다.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모두의 관심은 상대 여성이 누구인지에 쏠려 그저 흥밋거리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왔던 것을 수도 없이 봐왔던 터였다.

누구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상대 여성은 어느새 함께 일하기 불편하고 예민한 여성으로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당하는 것을 봐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며칠전 청 간부가 “여성들이 검사로서 인정받으려면 술자리에서 친목차원에서 있었던 일에 예민을 떨어서는 안된다. 그런 걸로 예민을 떨어대니 검사로서 인정을 못 받는 것이다”라고 대놓고 연설하는 것을 직접 듣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여자는 자꾸만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좀더 자세히 이야기했더라면 남편은 조금은 더 분노해주었을까....집에 오는 내내 계속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고, 집에 오자마자 화장실에 뛰어 들어가 변기를 부여잡고 한참을 꾸역꾸역 위액을 쏟아냈다는 것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라면 남편의 반응이 달랐었을까....

치마 속으로 손이 들어온 것만 아니라면 여성의 엉덩이와 허리를 껴안고 더듬는 것은 그렇게 치욕스럽고 끔찍한 일은 아닌 것일까....

헤아릴 수 없는 혼란이 여자를 휘감았다.

수도 없는 ‘만약에’가 여자의 가슴을 내리찍었다.

만약에 괜한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기에게 그런 오지랖을 보이지 않았더라면...만약에 그날 검은 옷을 입고 집을 나서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강의에 가고 싶다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계획대로 콘서트장에 갔더라면...

만약에..,....만약에........만약에.......

그리고 만약에....아빠가 살아있었다면.......

중1 반장이던 언니가 반 아이들이 떠들었다는 이유로 대표로 엉덩이에 몽둥이 세례를 당하고 온 날, 아빠가 그 담임에게 전화를 해 고함을 질러댔던 일이 또렷이 떠올랐다.

만약에 아빠가 살아있었다면....만약에 아빠가 살아 있었다면 .....

그렇게 아빠가 떠오를 때마다 여자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아니다. 이 모든 게 아빠 때문이다.

여자가 아빠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착하고 예쁜 내 딸’이었다.

그렇다. 이 모든 게 아빠 때문이었다.

이 땅에서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여자를 착하고 예쁜 딸로 키워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어떠한 불의도 참아내지 말라고, 그 어떠한 부당함에도 입 다물지 말라고, 욕설을 하고 소리를 질러대며 절대로 세상과 타협하지 말고 네 멋대로 그렇게 살아가라고 그렇게 가르쳐줬어야 했다.....

아니다.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다.

5살 6. 25. 동란에 아버지를 잃고, 3살 동생을 등에 들쳐 업은 채 부르튼 발로 먼 길을 걸어 피난을 갔다는 여자의 엄마는 말수가 별로 없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계집애들을 보러오다 변을 당했다’면서 ‘지 아버지 잡아먹은 딸년들’이라고 고모할머니들로부터 수도 없이 구박을 받았다면서도 일년에 한번씩은 꼬박꼬박 고모할머니 댁을 찾아가는 엄마였다.

한번씩 들이닥쳐 폭풍우를 일으키는 할머니나 고모 앞에서도 엄마는 언제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구석을 멍하니 응시한 채 입술만 깨물 뿐이었다.

그렇다. 이 모든 게 엄마 때문이었다.

이 땅에서 여자를 살아남게 하기 위해서는 참고 또 참는 모습을 보여주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그 어떤 불합리도 참아내지 말라고, 여성이라고 무시하거나 업수이 여기는 것은 더더욱 참아내서는 안된다고, 그런 놈들에게는 멱살을 휘어잡고 주먹을 휘둘러줘야 한다고 그렇게 가르쳐줬어야 했다......

부질없는 원망을 하던 여자는 다시금 머리를 세차게 내저었다.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다. 모든 것은 다 내 잘못이다. 다 내 잘못이다....

그놈이 그 후 회사의 빅2라는 국장 자리까지 꿰차고 수년간 절대 권력을 누려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었다.

분명히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 따위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대단한 힘을 가지신 분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이 얼마나 순진하고 무례하고 어이없는 일이었는지를 안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날의 일을 수많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 그 자리에서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였다는 듯 그리 웃고 떠들던 그들이...- 그날의 일을 당시의 국장이 나서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그제서야 납득할 수 없었던 사무감사와 경고와 기수에 맞지도 않게 갑작스레 이루어진 외딴 곳으로의 발령 등등 그 후 여자에게 일어났던 설명되지 않았던 모든 일들의 이유가 갑자기 또렷해진 것이 화근이었다.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다. 모든 것은 다 내 잘못이다. 다 내 잘못이다....

수없는 시간들을 수많은 밤들을 자기반성, 자체검열, 자아성찰 이딴 것들로 채워가고 있었는데, 그렇게 비틀비틀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었는데, 그렇게 꾸역꾸역 순간순간을 버텨내고 있었는데...

외딴 근무지에서 혼자 있다가 갑자기 실명되어버릴 경우에 대비해 혼자서 손의 감각에만 의지해 걸어가는 연습을 해보고, 눈을 감고 휴대전화로 119 또는 남편의 번호를 누르는 연습을 해볼 때도 이제는 눈물 따위 흘리지 않았지 않은가....

그런데 별안간 왜 세상이 그리 뱅글뱅글 돌아버린 것인지...왜 그렇게 와락 무너져 내려 버린 것인지....

#4

평일 이 시간의 거리는 이토록 눈부시구나....

오후 5시가 막 넘어섰는데도 여전히 햇살이 눈부시다. 혀 속은 여전히 쓰다.

따스한 바람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휘청거리는 여자의 발걸음을 황홀하게 재촉한다.

햇살을 머금은 채 반짝이는 바람 사이로 한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여자의 머리 속에는 아직도 ‘82년생 김지영’의 내용들이 휙휙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 나에게 ‘82년생 김지영’의 이름 모를 여성처럼 ‘네 탓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었다면 나는 조금 더 쉽게 버텨낼 수 있었을까...

여자는 고개를 내저었다. 오히려 사람들은 모두 여자 탓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국장이 당시 일을 전혀 몰랐을 수도 있어. 너에게 일어난 일들은 네 자신 때문일 가능성이 커. 그게 아니더라도 그렇게 생각해야 네가 더 발전할 수 있어’ 이런 충고도 들었던 터였다.

밝은 옷과 치마를 좋아했던 여자는 어느 샌가 검은 색 바지만 입고 있었다. 치마가 조금만 짧아도 옷의 색상이 조금만 밝아도 ‘네가 이러니 그런 꼴을 당했지’ 어디선가 수근대며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으로 파마를 한 게 언제였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여자의 머리 속엔 뱅글뱅글 돌고 있는 저 눈부신 햇살을 따라 여전히 한가지 생각이 뱅글뱅글 돈다.

누군가 처음부터 내 탓이 아니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임관하자마자 부터였다 아니 임관을 하기도 전이었다.

임관 이틀 전 관사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고 이사를 하면서 인사를 간 여자를 청장은 다음날 떠나는 검사들 환송식에 참석시켰다.

식사 후, 청장이 떠나고 2차를 주도하던 해병대 출신이라는 눈이 부리부리한 부장은 별안간 여자에게

‘나는 술 안 먹는 검사는 검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대생을 싫어한다. 나는 여검사를 싫어한다. 너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 갖추었으니 완전 악연 중에 악연이다. 너 같이 생긴 애치고 검사 오래 하는 애 못 봤다. 내가 너 검사 얼마나 하는지 지켜보겠다.‘라며 독설을 퍼부어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아 참 너는 아직 검사도 아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으로 시작하려는 사회 생활, 처음 보는 사람들에 둘러쌓인 채, 모든 게 어색해 그저 조용히 옅은 웃음만 지으며 앉아있던 여자는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지 못했다. 부장이 여자를 처음 본 것은 불과 2시간 전의 일이었다.

부장이 그다지 취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여자를 더욱 당혹스럽게 해 여자는 대꾸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그저 아랫 입술을 꾸욱 깨무는 외에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여자가 술을 못 마시는 것도, 이대를 졸업한 것도, 여성인 것도 모두 사실이었다.

얼굴이 둥글둥글하고 눈이 작던 부장은 수도 없이 여자에게 이야기했다. ‘검사는 너처럼 공주 같으면 안 돼’

그럴 때마다 여자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한없이 생각해야만 했다.

밥자리에서 부지런히 뛰어다니지 않은 건 아무래도 이상해서였다.

밥을 먹기 전에는 신속하게 숟가락 젓가락과 티슈를 세팅하고, 모든 컵에 물을 따라 서열 순대로 상관과 선배 앞에 대령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행여나 비워진 접시나 물컵이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보다가 사라진 음식을 주문해내고 물을 따라야 하는 부지런을 떨어야 하는 것이 여자가 말석이라서 해야 하는 것인지 여성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아서였다. 길을 걸을 때도 산을 오를 때도 단 반걸음이라도 윗사람보다 앞서지 않도록 수시로 애써 속도를 조정하며 서열 순대로 걸어가는 모습들이 영 어색해서였다.

그밖에 일적인 면에 있어서 게으름을 부린 적은 없었다. ‘올해부턴 여검사가 백명이 넘었다니...우리 회사 앞날이 큰일이다.....’라며 여자를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차대는 상관과 선배들의 걱정 어린 말들을 수도 없이 들었던 터였다. ‘나 하나 잘못하면 여검사 전체를 욕 먹게 한다’는 생각에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모욕적이어도 이를 악물어 왔던 터였다.

생각해보면 한때 공주였던 적도 있었던 것만 같아서 -대학에 막 입학해 고등학교 때보다 몸무게가 한껏 빠져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던 그 때 정도 - 자신도 모르는 새 무엇을 잘못했나....부장 입에 ‘공주’라는 말이 올라올 때마다 여자는 괜시리 어깨가 움츠러 들었다.

얼굴이 작고 호리호리 말랐던 부장은 부임 첫날부터 회식을 했다.

술잔이 얼마나 돌았을까....눈빛이 살짝 흐려진 부장은 여자의 이름을 큰 소리로 또박또박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박지현! 나는 여성은 남성의 50프로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는 여기 있는 애들 50프로야!. 그러니까 나한테 인정을 받으려면 너는 여기 있는 애들보다 2배 이상 더 열심히 해야 해!!!’

여자의 사건을 단 한건도 결재해보지 않은 채 모든 사람 앞에서 ‘너는 여기 있는 애들의 50프로야’라고 확신에 차 말하고 있는 부장보다, 그 옆에서 연신 머리를 끄덕끄덕 하며 ‘옳으신 말씀이야. 새겨들어’라고 말하던 평소 가장 점잖다고 생각하던 바로 윗선배 A의 모습이 여자에게는 더욱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야 너는 여자애가 무슨 발목이 그렇게 굵냐, 여자는 자고로 발목이 가늘어야 한다’라는 등의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대고, 술이 취해 툭 하면 머리나 어깨 등을 때려대던 B선배나, 여자가 있는 자리에서도 틈만 나면 음담패설을 늘어놓던 C선배나, 웃으면 ‘여자가 그렇게 웃음이 헤퍼서 쓰냐’고 나무라고, 웃지 않으면 ‘여자는 안 웃으면 안된다’고 설교를 해대던 D선배에 비해 젠틀한 느낌을 주던 선배였는데....

딸만 둘 있고, 입만 열면 딸들 자랑에 침이 마를 새 없었던 부장은 노래방만 가면 2시간씩 혼자 마이크를 잡고 있다가, 마이크만 놓으면 여자에게 부르스를 추자면서 풀린 눈으로 집요하게 손을 내밀었다.

부장과 주말이면 ‘좋은 곳’을 다녀온 남자 선배들은 월요일 아침이면 여자의 사무실에 모여앉아 ‘부장은 왜 그 여종업원 팬티를 머리에 쓰고 있었냐’는 등의 이야기를 해대며 낄낄거렸다.

그 후로도 많은 일들이 벌어졌고, 많은 말들을 들었지만, 이제는 처음처럼 그것들이 여자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들어 여자를 괴롭히는 일은 자주 없었다.

특별히 여자의 삶을 진심으로 걱정한다거나 남편감을 소개시켜주는 것도 아니면서 수시로 여자가 결혼을 안하는 것인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자기들끼리 논쟁을 벌인다거나, 여자에게 ‘너 정도 나이면 이제는 남편감을 외국에서 찾아보거나 재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던 말들도 여자의 결혼과 함께 조용히 사라졌다.

다시 한번 부장으로 만난 호리호리한 예전 부장이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해 꽤나 오랜 시간 여자의 손을 주물러댈 때, ‘다른 사람들은 이 장면을 못보고 있나, 왜 다들 아무렇지도 않게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손을 주무르는 것은 추행으로 볼 수 없는 것인가’....언젠가의 그날처럼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한참을 생각해야만 했던 그런 일이라던가,

회식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밤이면 여자에게 ‘너는 안 외롭냐? 나는 외롭다. 나 요즘 자꾸 네가 이뻐 보여 큰일이다’라던 E선배 -유부남이었다 -나,

‘누나 저 너무 외로워요, 오늘은 집에 들어가기 싫어요, 저 한번 안아줘야 차에서 내릴 꺼예요’라고 행패를 부리던 F후배 -유부남이었다 -나,

술이 취해 집으로 돌아가다가 ‘에고 우리 후배 한번 안아보자’며 와락 껴안아대던 G선배-유부남이었다-나,

노래방에서 나직한 눈빛으로 여자를 바라보며 ‘도대체 너는 왜 우리 회사에 왔냐’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해대더니, 술도 못 마시는 게 분위기도 못 맞춘다는 말을 피해보려 - 그 나직한 눈빛도 피해야했고 - 열심히 두드린 탬버린 흔적에 아픈 손바닥을 문지르고 있던 여자에게 ‘네 덕분에 도우미 비용 아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던 이름도 기억 나지 않는 부장이나,

‘잊지 못한 밤을 만들어줄테니 나랑 자자’ 따위의 미친 말을 지껄여대더니 다음날 아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던 F선배- 유부남이었다- 따위가 이따금 있기는 했지만....

그럴 때마다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랫입술을 꾸욱 꾸욱 깨무는 것 뿐이었다.

그 큰 청에 성폭력 사건 전담할 검사가 여자밖에 없다고 하여 만삭상태에서 변태적인 성폭력 사건을 조사해야 할 때도,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을 모텔로 떠메고 가 강간을 한 사건에 대해 ‘여성들이 나이트를 갈 때는 2차 성관계를 이미 동의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강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부장이나, ‘내가 벗겨봐서 아는데’ 식으로 강간사건에 유달리 관심을 보이는 부장 앞에서도 여자가 할 수 있는 말은 아무 것도 없었다.

평생 한번 받기도 어렵다는 장관상을 2번을 받고, 몇 달에 한번씩은 우수사례에 선정되어 표창을 수시로 받아도 그런 실적이 여자의 인사에 반영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여자의 실적이 훨씬 좋은데도 여자가 아닌 남자선배가 우수검사 표창을 받는다거나, 능력 부족으로 여자가 80건이나 재배당받아 사건을 대신 처리해줘야 했던 남자후배가 꽃보직에 간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일어날 때도 여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저 아랫입술을 꾸욱 깨무는 외에는...

언제부턴가 여자의 저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시커먼 덩어리가 자꾸만 꿀렁꿀렁 목 밖으로 넘어오려 해 꾸욱 꾸욱 깊은 침도 삼켜내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5

누군가 처음부터 내 탓이 아니라고 내 잘못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었다면, 내 삶은 달라졌을까....

여전히 여자의 머리 속엔 계속 한가지 생각이 뱅뱅 돈다.

그러다 ‘82년생 박지영‘의 맨 뒤 해설에서엔가 보았던 글이 여자의 머리를 스쳐간다. ’사회가 그랬지만, 그래도 그때그때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않고 또박또박 이야기해온 여성들도 있었다‘는 취지의...

역시 모든 것이 내 탓이었나.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저 꾹꾹 삼키고 또 삼켜냈던 내가 역시나 잘못이었나.....

아직도 집에 도착하려면 한참이나 남았다.

사라진 것 같았던 어지럼이 갑자기 밀려와 여자는 다시금 찬란한 햇살을 따라 빙그르르 돈다.

자신이 돌고 있는 것인지 세상이 돌고 있는 것인지 저 햇살이 돌고 있는 것인지 알아내려 애써 있는 힘껏 눈을 크게 뜨던 여자의 머릿속에 언젠가 들은 듯한, 눈을 세차게 내리감은 나직한 목소리가 여자에게 속삭인다.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얼마나 다행이야....

여자는 언제나처럼 다시금 아랫입술을 꾸욱 깨문다....짭조름한 피냄새가 여전히 쓴 여자의 입속을 적신다. 또 다시 정체모를 검은 덩어리가 뱃속에서 꿀렁거린다.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홍준표, 보수에게 버림 받나(?)

정치 2018.02.01 05:30 Posted by 耽讀

"추미애 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탄핵에) 찬성했던 원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29일)

"구정 전에 또 큰 사고가 날 것"

"민주당이 여기도 있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를 '막말'이라고 합니다. 그럼 홍준표는 막말을 어떻게 정의할까요? 그는 "내가 막말 한 거 어떤 게 막말입니까? (너무 많아가지고요…) 팩트를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에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그걸 막말이라고 하죠. 그게…철부지들은 막말로 보이는 거죠"라고 했습니다.


홍준표는 이낙연 총리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 전남도지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29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밀양 화재의 책임을 경남도지사였던 자신에게 물은 것에 대해 ‘세월호 참사 당시 전남도지자였던 이낙연 총리에게 책임을 물었냐’는 사실관계 조차 파악되지 않은 궤변을 늘어놓았다”며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 4월, 이낙연 총리는 전남도지사가 아닌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 신분이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실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홍 씨는 경남도지사 재임기간 동안 화재가 발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 경남에서 발생한 화재는 경기와 서울에 이어 3번째로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밀양 화재 참사 때는 인명 피해가 없었다고 했지만 사실은 "사망자는 99명에 달했던 것으로 파악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과연 자유한국당과 자신에게 이익이 될지 궁금합니다. 김어준 씨는 재미있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팟캐스트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9회에서 "홍 대표는 보수에서 버림 받았다"며 "홍 대표를 보호하거나 방어, 옹호해주는 보수 매체가 있나 잘 보라"고 했습니다. 그는 "올림픽,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보수재편을 하려 하는데 홍 대표로는 안된다고 본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ㅅ급니닫. 흥미로운 점은 지난 22일 홍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 조선일보는 요약 정리 수준으로 보도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아예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인지 몰라도 홍 씨는 29일 자신의 SNS에서 "이제 조선일보조차도 밀양사고를 양비론, 정쟁으로 몰고 야당을 비난한다"며 "곤란하면 아예 야당 기사를 쓰지나 말든지"고 했습니다.

김어준 씨는 "홍 대표는 혼자 외롭게 고립돼 있다"며 "본인은 진보매체에서 고립돼 있다고 보지만 아니다. 진보 쪽은 원래 싫어하는 것이고 실제 홍 대표를 도와주지 않는 곳은 보수매체"라고 했습니다. 홍 씨를 버리고 이들이 갈 곳은 "보수 코어쪽에서는 그 대체체로 유승민, 안철수 대표를 보고 있다"며 "특히 안 대표를 생각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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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검찰내 조력자'는 누구인가?

정치 2017.11.30 05:30 Posted by 耽讀

'우갑우'


박근혜도, 심지어 이재용도 감옥살이를 하는 데 우병우는 아직 아닙니다. 그런 우병우를 사람들은 우갑우라고 부릅니다. 지난 해 검찰은 우병우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습니다. 휴대전화도 압수하지 않았습니다. 거센 비판이 일었습니다. 검찰 위에 우병우가 있다는 말도 들립니다.


과연 우병우가 어떤 사람이기에 박근혜와 이재용도 감옥살이를 하는 데 그만 유일하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까요? 우병우는 끝내 감옥살이를 면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그 끝이 조금씩 보입니다.


지난 24일 sbs는 검찰이 우병우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고 단독보도했습니다. 우병우는 재판을 받고 집에 가든 길이었습니다.  왜 검찰은 우병우 휴대전화를 압수했을까요? <한겨레> 보도가 눈길을 끕니다. 28일 <한겨레>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최윤수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자신들에게 ‘비선 보고’를 한 혐의를 받는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구속기소)과 ‘말맞추기’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지난 24일 이들의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했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고 단독보도했습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직 검찰 간부가 이들의 ‘연결고리’ 노릇을 한 것으로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해당 간부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고 했습니다. 검찰 안에서 우병우 조럭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파문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검찰이 불법 사찰 내용을 ‘비선 보고’한 혐의로 추 전 국장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자, 우 전 수석의 변호인과 최 전 차장은 현직 검찰 간부 ㄱ씨를 통해 수차례 추 전 국장과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습니다.


공범으로 지목된 이들이 수사를 앞두고 직접 전화를 주고받는 사실이 드러나면 증거인멸을 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한겨레>는 분석했습니다.


이들이 자신들의 말을 전해줄 ‘연결고리’로 ㄱ검사를 택한 것은 그가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검찰 조사 결과, 우 전 수석과 최 전 차장이 추 전 국장에게 직접 전화를 건 적은 없고, 이들의 연락은 우 전 수석의 변호사와 최 전 차장이 ㄱ검사를 통하는 방식으로만 이뤄졌다.

이들의 증거인멸 정황은 지난달 추 전 국장에 대한 조사가 한창 진행될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추 전 국장은 지난달 16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실행 혐의 등으로 검찰에 재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었습니다. 추 전 국장은 검찰 조사 중간에도 ㄱ검사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를 끊은 뒤 ㄱ검사는 곧바로 최윤수 전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추 전 국장이 전화가 곤란하면 추 전 국장의 변호인인 김아무개씨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습니다.

검찰은 지난 22일 추 전 국장을 국정원법상 정치관여와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며 최 전 차장과 우 전 수석을 ‘공범’으로 적시한 바 있다. 특히 검찰은 다수의 이들 간 통화내역을 확인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짙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지난 24일 저녁 재판을 받고 나오는 우 전 수석의 차량과 휴대전화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같은 시각 최 전 차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도 이런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안팎에서는 현직 검찰 간부가 피의자의 ‘증거인멸 연결통로’ 구실을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있다. ㄱ검사는 지난달 30일 숨진 국정원 직원인 정치호 변호사가 검찰에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가기 직전에도 통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0일부터 27일 사이에 둘의 통화내역만 수십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ㄱ검사는 이날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습니다.


오늘 글을 끝으로 2017년 글쓰기는 마무리합니다. 2018년 2월부터 찾아뵐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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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왼쪽)와 정우택, 이들은 세월호 유골 사건 비판할 자격 없는 자들이다.


"유골 은폐라는 중차대한 범죄를 범했는데 해수부장관 하나 사퇴해서 그게 무마 되겠는가. 정권을 내어 놓아야 할 범죄"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지난 23일 한 말입니다. 해수부가 미수습자 유골을 발견하고고 5일이나 늦게 밝힌 것에 대한 비난입니다. 그는 "세월호 의혹 7시간을 확대 재생산해서 집권했는데 유골 은폐 5일이면 그 얼마나 중차대한 범죄인가”라며 “그들 주장대로라면 정권을 내어 놓아야 할 범죄"라며 거듭 비난했습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사과는 물론 해수부장관의 해임까지 가야 될 사건”이라며 "엄청난 국민의 관심과 유족의 가슴을 몇 번이라도 더 아프게 할 이 사건을 방치했다는 것은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문제"라고 비판에 동참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자유한국당이 이런 비난을 할 자격이 있을까요? 그들이 세월호 막말을 어뗗게 해왔는지 보겠습니다.


 

세월호 침몰 실종자 가족 행세를 하며 정부를 욕하고 공무원들 뺨 때리고 악을 쓰고 욕을 하며 선동하는 이들-2014년 4월 20일 / 새누리당 권은희 전 의원이 실제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선동꾼으로 잘 못 전달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

"정부가 전문성을 갖고, 그렇지요? 독단적으로 하면 되고 가족들한테는 그건 소통 차원에서 하면 되는 겁니다. 가족이 전문지식이 있습니까, 이성이 있습니까?"-2014년 7월 2일 /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이 세월호 국정조사에서 한 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지금도 세월호 사망자들이 4억 5천만 원의 보험을 받는다. 여기에 청해진 해운으로부터도 3~5억 원을 받을 것이다...국가유공자보다 몇 배나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게 세월호 특별법이다-2014년 7월 18일 /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이 SNS에서 지인들에게 보낸 글

"저희들 입장은 이것이(세월호 사고가) 기본적으로 교통사고...일반사고에 비해 상당히 특별한 특례"-2014년 7월 24일 / 자유한국당 주호영 의원이 국회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말

"(국회 본청 앞에) 줄 치고 옷(빨래) 걸어놓고, 그게 모양새가 뭐냐. 그 모습이 노숙자들이 하는 것 같은 느낌"-2014년 8월 1일 /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이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중인 세월호 유족에게 한 말

"(세월호 인양)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2014년 11월 13일 /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CBS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월호 인양에 반대하며 한 말

현재 국가유공자가 받는 연금액의 240배까지 받을 수 있는 대우라 한다. 이러니 '시체장사'라는 말이 나돌 만도 하다-2015년 4월 28일 /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이 SNS상에서 지인에게 보낸 글

 

이번 유골 사건은 분명 문재인 정부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엄중하게 조사하고 책임 질 사람이 있으면 책임져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이 비판할 자격 없습니다. 그게 양심이고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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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노무현 이어 김대중까지

정치 2017.11.27 05:30 Posted by 耽讀

 

한상률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세력은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이명박이 죽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체는 없습니다. 증명된 것도 없습니다. 물증도 없습니다. 단지 그가 당시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노무현 죽음에 이명박이 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믿고 싶어하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예 어처구니 없는 주장은 아닙니다. 2008년 7월30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직원들이 45인승 전세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들 목적지는 다른 아닌 경남 김해에 있는 태광실업입니다.  경찰 영화를 보면 '관할'을 굉장히 많이 따집니다. 다른 공직 사회도 비슷합니다. 김해는 서울지방국세청이 아니라 부산지방국세청 관할입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재계순위 10위귄 안이면 서울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광실업은 재계 순위 600위권입니다.서울서 그것도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 직원들이 내려와 재계 서열 600위권의 지방 신발업체를 샅샅이 뒤지는 것은 어떤 '의도'가 있습니다. 타깃은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이 아니라 박 회장이 후원했다고 알려진 전직 대통령 노무현이었습니다.


이후 진행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시 국세청장은 한상률입니다. 한상률은 이명박이 임명한 것이 아니라 노무현이 임명했습니다. 참 세상 아이러니입니다. 노무현 자신이 임명한 국세청장 때문에 세무조사 타킷이 되었고,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검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상률은 노무현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도 관심을 가졌던 모양입니다.

 

지난 24일 <경향신문>은 한상률 전 국세청장(사진)이 2008년 독일 국세청장을 만나 당시 여권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DJ(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의 은닉처로 의심한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한국 기업 관련 계좌 정보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독일연방에서 독립한 조세회피처로 분류된다. 당시 국세청 고위 간부들 사이에서는 “한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태광실업 조사에 이어 ‘DJ 비자금’도 캐려 한다”는 관측이 이어졌다고 이 신문은 전했습니다


<경향>은 당시 1면 톱으로 이 내용을 보도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국세청 국제조사과의 한자금도 조사대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이 무렵은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이 국정감사장에DJ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100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 사본을 공개했다가 제보자를 밝히지 못해 궁지에 ”고 털어놨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세청의 한 전직 간부는 “당시 국제조사 업무를 하는 후배들로부터 ‘한 청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비자금에 이어 DJ 비자금도 캐려고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하지만 한 청장이 독일 청장을 만나 조세회피처 정보를 요구한 것은 외교적 결례이며, MB(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잘 보이기 위한 쇼였다”고 지적했다고 했습니다.


노무현도 모자라 김대중까지. 그 끝은 무엇이며, 진실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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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성완종'이 발목 잡나

정치 2017.11.23 05:30 Posted by 耽讀

홍준표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법원을 믿는다"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가 지난  19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그는 같은 글에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성완종 연루 사건에 대해서 말들이 분분해서 해명하고자 한다"며 "상고심은 법률적 쟁점에 대해 판단만 하는 곳이다. 내 사건은 같이 계류된 이완구 전 총리 사건과는 달리 법률적 쟁점이 단 하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홍준표에게 '성완종'이란 이름 석자는 두고 두고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봄을 강타했던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제 대법원 최종판결만 앞두고 있습니다. 1심은 유죄, 2심은 무죄입니다.


문제는 홍 씨 발언이 그를 발목 잡을 수도 있습니다. 정국을 강타한 '특수활동비(특활비) 사정 강풍'입니다. 홍 대표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 검찰 수사 당시 2011년 한나라당 경선 기탁금 1억2000만 원의 출처가 성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적극 해명에 나섰었습니다.

당시 홍 대표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기 때문에 매달 국회 대책비로 나오는 4000∼5000만 원씩을 전부 현금화해서 국회대책비로 쓰고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밝혔었습니다.

하지만 의혹이 다시 불거지자 홍 대표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내가 늘 급여로 정치비용을 대던 국회의원들과 기자들 식사비용 등을 원내활동비로 대치할 수 있었기에 급여에서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것이지, 국회 특수활동비를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2015년 해명과는 전혀 다른 해명을 내놓은 것입니다.


홍 대표 발언이 앞뒤가 맞지 않자 시민단체가 고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특활비 유용 의혹과 관련해 홍 대표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할 계획입니다.  

해당 단체 공동대표인 하승수 변호사는 20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회 예산에 있는 특수활동비도 명백한 공금이고, 공금을 사적으로 횡령했다는 걸 홍 대표 스스로 자인한 셈"이라며 "공소시효가 6개월밖에 남지 않아서 고발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해당 시민단체는 고발에 동의하는 시민 800여 명으로부터 서명도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당시 특활비에서)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국회 운영비용으로 일정 금액을 매월 보조했다"고도 덧붙였는데, 이 역시 '허위 발언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당시 야당(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원혜영 의원은 "어떤 명목으로도 홍준표 당시 운영위원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연 홍 대표는 이번 파고를 넘을 수 있을까요? 돼지발정제도 넘었던 홍 씨 대법원  최종심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성완종이 홍준표 발목을 잡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홍준표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박근혜도 문재인도 친박도 아닌 성완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이번 포항 지진이 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고 하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결코 이를 간과해서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류여해 씨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에서 한 말입니다. 류 씨는 수원대 겸임교수 출신으로 올해 초 한국당에 입당해 당 수석부대변인을 했습니다. 지난 7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선거에서 '깜짝 2등'으로 지도부에 들어갔습니다.


누리꾼들은 "포항 시민이 천벌을 받았다는 것이냐", "국민의 아픔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며 비판했습니다. 파문이 커지자 류 씨는 분노했습니다.  자신의 SNS를 통해 포항 시민이 천벌을 받는다고 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누구보다 포항 시민들의 아픔을 걱정하고 있다며 발언 의도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와 악의적 댓글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류 씨가 '천벌'이라는 단어는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맥락은 포항 지진이 하늘이 내린 준언한 경고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만약 이 발언이 여당과 정부측에서 나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가짜 뉴스 운운하는 거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류 씨 발언에 대해 20일 각 신문들 만평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신을 한 번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김용민의 그림마당]2017년 11월 20일

 

 

[박용석 만평] 11월 20일

 


[국민만평-서민호 화백] 너무해…

아이들에게 사람사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17일자 3면

 

"지진 규모 1의 차이는 적어 보이지만, 에너지로는 32배의 차이가 난다”며 “규모 7.0(근래 지어진 원전의 내진설계기준)과 5.8의 차이는 1.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차이는 63배에 달한다”고 썼다. 원흥대 한국수력원자력 내진기술실장은 “국내 관측 사상 최대 규모라는 지난해 경주 지진(규모 5.8)의 에너지는 원전의 내진 설계 기준인 7.0 규모 지진 에너지의 63분의 1이고, 포항 지진의 에너지는 251분의 1에 그친다"


<조선일보> 17일자 2면 <원전 24기 중 21기 ‘7.0 내진’… “포항 지진의 250배 와도 안전"'> 제목 기사 내용입니다. 한 마디로 7.0 이상 지진이 일어나지 않으면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5.4 정도 지진 가지고 탈핵 운운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진이 원전 사고의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을 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관련해 조선은 9.0 지진이 발생하자 원전이 지진을 감지하고 자동 정지했으나 연이은 쓰나미로 외부 전원이 차단되고 비상 발전기가 침수돼 냉각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는 말입니다. 즉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 때문이라는 말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원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에 대해 조선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은 선전·선동에 불과하다”는 말도 합니다.


과연 조선은 진실을 보도했을까요? <미디어오늘>은 17일 월성 2~4호기 설계와 제작 및 건설에 참여했던 원전 설계전문가인 이정윤 ‘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는 17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이번 지진이 월성 1호기 등 주변원전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지만 단순히 내진설계 기준만으로 안전성을 과신해선 안된다고 반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는 "작은 사고로 인해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일이므로, 여러 시나리오 두고 대비를 해야 한다"며 "지진이 5.4가 왔어도 원전은 끄떡없이 잘 돌아간다는 주장은 지식인이 할 얘기가 아니다. 경박스러운 얘기이다. 안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내진설계와 관련해 발전소 건물 보다 문제는 지반이 침하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대표는 "원자력발전소의 건물 구조 자체엔 지진피로감이 크지 않지만, 문제는 지반"이라며 "지진이 1년2개월 만에 온 이번처럼 자주 발생하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월성 1호기의 경우 ‘부등침하’가 발생한 원전이다. 이는 지반이 조금씩 가라앉는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심하진 않지만 조금씩 가속화될 수 있고, 지진이 빈번하면 부등침하가 하나의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며 "이런 것은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거 강조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용천리 논밭에 물이 올라온 것만으로 액상화를 판단할 수 없기에 직접 시추해 조사하기로 했다"며 "19일 오전 시추 팀이 현장에 들어가 현황을 파악하고 땅밑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액상화가 맞는다면 국내 최초의 사례가 되겠지만, 이번 현상이 액상화가 맞는지를 두고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며 "기상청에서도 이를 액상화로 판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물이 차오른 현상이 나타난 곳, 그리고 이런 현상이 없는 곳까지 시추해서 과거 자료와 비교를 해보면 액상화를 판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논에 지난 15일 발생한 지진 때 솟구쳐 오른 모래가 쌓여 있다<연합뉴스>


지진으로 원전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며,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지진이 아닌 해일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조선일보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잘못된 주장이며 시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미디어오늘>는 전했습니다.


지진으로 원전의 안전성에 우려하는 것이 대중을 선동하는 괴담이라는 조선일보 등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는 "괴담이 아니다"라며 "어떤 이유에서도 의구심이 있으면 해소를 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대표는 "친핵이든 탈핵이든 보편적인 논리에 대해서는 받아들여야 하며, 상대방이 보편적이지 않은 주장을 한다고 자신도 똑같이 얘기하면 결국 말싸움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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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 이제 '탈핵'이다

정치 2017.11.20 05:30 Posted by 耽讀

 


일본에선 1978년부터 지난해까지 규모 5.0 이상 지진이 4000건 넘게 발생했지만 지진으로 인해 원전이 파괴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5000명이 사망한 고베 지진 때도 주변 원전들은 문제가 없었다. 후쿠시마 사태 역시 쓰나미가 덮치기 전에 지진만으로는 원전에 이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선 같은 기간 규모 5.0 이상 지진이 9차례 발생했다. 일본과 비교도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포항 지진을 빌미로 다시 탈(脫)원전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비합리적 주장을 펴는 것이 광우병 사태 때와 같다.


조선일보 11월 17일자 사설 '원전은 이상 없었고 학교·주택·아파트는 취약했다'대목입니다. 물론 맞습니다. 원전(이하 '핵발전소')는 터지거나, 무너져 가동이 중단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 지진은 5.4입니다.


만약 5.4에 핵발전소가 무너지거나 파괴되었다면 설계 자체가 문제입니다. <한겨레>에 따르면 현재 고리 원전 단지에서 가동 중인 원전은 올해 6월 영구 가동중단에 들어간 고리 원전 1호기를 뺀 고리 원전 2~4호기와 신고리 원전 1~3호기 등 6개인데 신고리 원전 3호기만 내진성능 0.3g(지진 규모 7.0 해당)이고 나머지는 내진성능 0.2g(지진 규모 6.5 해당)입니다. 만약 경주·포항 지진 규모에 견줘 0.7~1.1 더 큰 규모 지진이 일어났다면 과연 핵발전소는 안전했을까요? 그런데 조선은 5.4에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번 포항 지진 진앙에서 월성원전은 약 45㎞, 고리원전은 약 88㎞ 떨어져 있다. 직선으로 양산단층과 고리·신고리·월성원전은 약 25㎞ 거리에 있다. <조선일보>에게 같은 날 핵발전소와 가까운 <부산일보> '지진 상습화 적극적인 탈핵 정책 검토 필요하다' 제목 사설을 알려줍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무를 짊어진 정부는 이참에 탈핵정책에 더욱 고삐를 죌 필요가 있다. 원전 6기가 있는 월성원전이 포항 지진 진앙에서 불과 45㎞에 위치한 상황에서 설계수명을 연장해 가동 중인 월성1호기부터 폐쇄함으로써 적극적인 탈핵 의지부터 선보여야 한다. 신규 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등 문재인 정부의 탈핵 공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다수호기의 위험성을 해체하는 일도 서둘러야


그렇게 핵발전소가 중요하면 조선일보 사옥 철거하고 거기에 소규모 핵발전 짓고, 회장 집 철거하고 지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상상에 불과합니다. 핵발전소 사고는 한 번 나면 끝입니다. 언제까지 경제성 운운할 것입니까? 이제 탈핵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게 후손들에게 작은 예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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