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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주체는 시민이다

김대중 2014.06.29 07:00 Posted by 耽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을 했다. 특히 한반도 통일에 관해서는 그 어떤 대통령보다 준비된 대통령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3원칙 3단계 통일방안을 주장했었는데, 평화공존 ․ 평화교류 ․ 평화통일의 원칙 아래 제 1단계 공화국 연합체, 즉남북간의 국가연합, 제2단계 연방제, 제 3단계 완전한 통일이다.

 

통일 3원칙과 3단계 통일 방안을 묶은 책인 <나의 길 나의 사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70년대 초반부터 민족통일문제를 줄기차게 모색해온 그의 이론과 정책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그가 섭렵한 지식은 책상머리에서 깨달은 것이 아니라 삶의 정황과 역사 현장에서 치열하게 연구한 결과물임을 독자들은 알게 된다.


부제를 보면 '세계사의 대전환과 민족통일의 방략'이라고 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반도 통일을 단순히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 정세를 정확하게 읽고 있었으며 그 정세에 따라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 철학이 오롯이 담은 것이 통일임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이 민족 염원이라면 이루어져야 하는데 왜 해방 49년, 분단 46년-책이 나온 1994년기준-되었는데도 통일에 대한 진척이 없었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강만길 교수와 나눈 대담에서 우리 민족사에서 동학혁명과 갑신정변 같은 예를 들면서 "우리 민족이 개혁을 꺼리고 두려워하는 민족성을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아직까지 개혁을 거부하는 경향이 남아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큰소리치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일제 때의 친일파들이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통탄하고 부끄러운 우리의 역사입니다. 아무리 관용을 했다하더라도 가장 악질적인 자들만은 배제해야 민족정기가 서고 민주주의가 자리잡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들이 발붙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개혁에 열의가 없음으로써 해서 그들이 계속 특권의 자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용납했기 때문입니다."(30쪽)

 

친일파 청산은 결국 시민이 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 학계, 언론 권력에 자리 잡은 이들이 친일파 후손이다. 그들이 친일파 청산을 할 이유가 없다. 시민이 할 때 가능해진다. 그것을 김대중은 개혁의 출발로 본다. 자기 민족 역사가 실패한 데 대해서는 민족 내부에서도 원인을 찾는 방향으로 역사인식이 바뀌어야 하며, 우리 민족사에의 약점에 대한 가혹한 비판이 선행되어야 한다. 친일파 청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통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통일로 이어진다.

 

특히 김대중은 김구 선생이 처음에 신탁통치를 반대한 것은 당연하지만 남한 정부 단독 수립이 임박할 때까지 반대한 것은 문제가 있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은 색다르다.

 

"만일 김구 선생이 말하기를 이승만 박사는 남한 단독정부를 만들어서 영원히 분단하려고 하지만 나는 북한하고 대화해서 통일하기 위해 잠정적으로 대통령이 돼야겠다고 하면서 선거에 임했다면 국민들은 굉장히 그분을 지지하여 김구 선생 진영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승리하여 대통령이 되었을 것입니다."(42쪽)

 

김대중은 이어 삼팔선을 넘어 북한 다녀 온 것은 애국자로서 상징적이고 감상적인 행동이며 비장한 결심의 발로이지 현실을 움직이는 정치는 될 수 없었다고 했다. 국제 정세와 국내 정세를 정확히 꿰뚫은 판단력과 두 보 전진을 위해 한 보 후퇴하는 정치력이 김구 선생에게 있었다면 통일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것이 김대중 판단이다.

 

하지만 첫 번째 통일 기회를 놓쳤다고 우리는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다. "역사는 모든 민족에 대해서 기회를 준다. 그 기회를 사용하고 안하고는 그 민족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명심할 것은 그런 기회를 선용하지 않는 민족은 반드시 역사가 준엄한 심판을 한다"고 한 어떤 영국학자 말을 빌려 김대중은 말한다.

 

"통일은 당위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능의 문제이며 절대필요의 문제입니다. 통일을 하지 앟으면 망하고, 통일을 하면 선진국가의 대열에 들면서 아-태 시대 주역이 될 수 있습니다."(63쪽)

 

1994년 대담이지만 아직도 이 말은 유효하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국가 지도자는 이를 망각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이 이룩해 놓은 통일로 가는 길을 따라가기만 해도 엄청난 영광을 얻을 수 있는데도 그는 따르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통탄할 일이다.

 

김대중은 통일 주체를 '국민'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통일에 대해 국민이 논쟁하고, 토론하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통일방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통일문제에 대해서 이제 서두르지 않으면 삼류국가로 전락하고, 서두르면 평화공존 속에서 안심하고 살면서 단순히 민족 동질성 회복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다같이 덕을 보는 상황으로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통일대박론을 들고나온 박근혜정권이 읽고 읽어야 할 대목이다. 남북 화해와 통일로 가는 길을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이 터를 닦았다. 이제 차만 타고 길을 달리면 되었는데 1년 반만에 다시 닦아 놓은 터마저 막아버렸다. 그렇게 하고서도 경제살리기를 한다고 4대강 같은 삽질을 하고 있다. 어리석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2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도 적용 가능한 책이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독을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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